매출은 있는데 성장이 멈춘 사업 — 레고, 스타벅스, 나이키가 정체기를 돌파한 방법

재무 자문을 하다 보면 비슷한 패턴을 가진 사업체들을 만나게 된다. 망하는 것도 아니고 잘 되는 것도 아닌, 애매하게 제자리를 맴도는 사업들이다. 대표는 열심히 일하고, 직원들도 문제없고, 고객 불만도 없다. 그런데 6개월째, 1년째 숫자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걸 정체기라고 부른다.

정체기에 빠진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불안감이 결국 잘못된 결정을 만들어낸다. 마케팅 비용을 늘리거나, 제품을 추가하거나, 새 채널을 열거나. 숫자가 안 움직이면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직접 봐온 사례들에서, 정체기를 돌파한 사업과 그렇지 못한 사업의 차이는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잘"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매출은 있는데 성장이 멈춘 사업에서 정체기의 진짜 원인을 찾고 돌파하는 방법을 케이스 스터디와 함께 정리했다.

무리한 확장의 위험성은 장사 잘될 때가 가장 위험하다 — 무리한 사업 확장이 독이 되는 5가지 이유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있다.

정체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정체기를 제대로 돌파하려면 먼저 어떤 종류의 정체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이걸 헷갈리면 엉뚱한 처방을 쓰게 된다.

구조적 정체: 시장 자체가 성숙해서 오는 정체다. 경쟁자가 많아지고, 고객 획득 비용이 올라가고,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 경우에는 새로운 시장이나 새로운 고객군을 찾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운영적 정체: 시장은 아직 기회가 있는데 내부에서 뭔가 막혀 있는 상태다. 가격 구조가 잘못됐거나, 수익성 없는 제품이 에너지를 잡아먹고 있거나, 핵심 고객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내부 구조를 바꾸는 것이 먼저다.

두 종류의 정체는 해결책이 완전히 다르다. 운영적 정체인데 새로운 시장을 찾으러 나가면 내부 문제는 그대로인 채 비용만 늘어난다. 반대로 구조적 정체인데 내부 효율화만 하고 있으면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지금 내 사업이 어느 쪽인지를 먼저 진단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케이스 1 — 레고, 다각화로 망하고 집중으로 살아났다

레고의 이야기는 정체기 돌파의 교과서적 사례다. 2000년대 초반 레고는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의 등장으로 매출이 급락했다. 아이들이 블록 대신 화면을 택한 것이다. 레고가 처음 선택한 해결책은 다각화였다. 테마파크를 열고, 의류 라인을 만들고, 전자 게임에도 뛰어들었다. 숫자가 안 나오니까 더 많은 것을 시도한 것이다.

결과는 오히려 악화됐다. 2003년 레고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며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전환점은 2004년 새 CEO 요르겐 비 크누드스토르프가 취임하면서였다. 그는 다각화를 전부 포기하고 핵심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블록을 가장 잘 만든다. 그 외의 것들은 다 팔아라."

동시에 레고는 기존 팬 커뮤니티와 협업을 시작했다. 성인 레고 팬들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고, 영화와 TV 시리즈를 통해 브랜드 스토리를 새로 쌓았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2004년 거의 폐업 직전이었던 레고는 2014년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장난감 회사가 됐다. 레고의 정체기는 운영적 정체가 아닌 구조적 정체였다. 시장이 바뀐 것이다. 그 답은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고객 접점을 찾는 것이었다.

케이스 2 — 스타벅스, 600개 매장을 닫고 살아났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스타벅스는 빠른 확장의 부작용을 겪고 있었다. 매장 수는 늘었는데 고객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었고, 매출 성장도 둔화되고 있었다. 스타벅스의 정체기는 운영적 정체였다.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늘리다 보니 각 매장의 품질 관리가 안 되고 있었던 것이다.

CEO로 복귀한 하워드 슐츠는 반직관적인 결정을 했다. 전국 600개 이상의 수익성 낮은 매장을 한꺼번에 닫은 것이다. 그리고 남은 매장의 바리스타들을 전부 모아 하루 동안 문을 닫고 재교육을 실시했다. 바깥에서는 "뭐하는 짓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하루 영업을 포기한다는 건 수백만 달러의 손실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이후 스타벅스는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다. 더 적은 매장으로 더 높은 수익을 냈다. 수익성 없는 것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핵심에 집중했을 때 나온 결과였다. 이게 두 번째 돌파 방법의 핵심이다. 줄이는 것이 성장의 시작인 경우가 있다.

케이스 3 — 나이키, 지는 싸움 피하고 다른 링에서 이겼다

1980년대 중반 나이키는 리복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에어로빅 붐이 불면서 리복의 에어로빅화가 폭발적으로 팔린 것이다. 나이키의 매출 성장은 멈췄고 주가도 하락했다. 정체기였다.

당시 나이키 앞에 선택지가 두 개 있었다. 리복을 따라 에어로빅 시장에 뛰어들거나,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거나. 나이키는 후자를 택했다. 에어로빅을 포기하고 농구화와 달리기화에 모든 자원을 집중했다. 그리고 신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계약했다.

에어 조던 1호는 출시와 동시에 NBA로부터 규정 위반 판정을 받아 경기 중 착용 금지를 당했다. 나이키는 그 벌금을 대신 내줬다. 그리고 그 논란이 오히려 엄청난 마케팅이 됐다. 나이키는 리복이 지배하는 에어로빅 시장에서 이기려 하지 않고, 자신이 이길 수 있는 다른 링을 찾았다. 그게 나이키를 세계 1위로 만든 출발점이었다.

정체기를 돌파하는 3가지 방법

① 매출이 아니라 고객을 다시 본다

정체기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숫자를 보는 게 아니라 고객을 다시 보는 것이다. 지금 매출을 만들고 있는 고객이 누구인지, 그 고객이 왜 우리를 선택했는지, 반대로 왜 떠나는지를 다시 파악해야 한다.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지난 6개월 안에 떠난 고객 5명에게 직접 전화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왜 그만 쓰셨어요?"라는 질문 하나가 어떤 데이터보다 정확한 답을 줄 때가 많다.

② 수익성 낮은 것을 잘라낸다

정체기 사업을 재무적으로 들여다보면 공통적인 패턴이 있다. 매출의 80%는 상위 20%의 제품이나 고객에서 나오고, 나머지 80%의 제품과 고객이 에너지와 자원을 잡아먹고 있다. 스타벅스처럼 수익성 없는 것을 과감하게 잘라내면 남은 핵심에 집중할 여력이 생긴다. 지금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중에 인력과 시간을 잡아먹으면서 수익은 거의 안 나오는 것들을 리스트업 해보자.

③ 가격 구조를 다시 설계한다

재무 자문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발견하는 문제가 가격이다. 가격을 올리는 게 두려워서 몇 년째 같은 가격을 유지하다 보면 비용은 오르는데 수익은 그대로인 구조가 만들어진다. 매출 숫자는 유지되지만 실제로 남는 돈은 계속 줄어드는 것이다. 번들링, 티어 구조, 구독 모델 등 가격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 정체기를 깨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 중 하나다.

HBR 연구가 말하는 것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10억 달러 이상 매출을 달성한 미국 소매기업 37개사를 분석한 연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매출 성장이 둔화됐을 때 확장에 집중한 기업들은 순이익이 매출보다 더 빠르게 하락했다. 반면 확장을 줄이고 기존 운영 개선에 집중한 기업들은 두 자릿수 이익 성장률을 유지했다. 더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을 더 잘하는 쪽이 이긴 것이다. 레고, 스타벅스, 나이키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한 이유가 여기 있다.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것들

  • 지난 6개월 안에 떠난 고객 5명에게 직접 연락해 이유를 묻는다
  • 현재 제품/서비스 목록을 쓰고 수익성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 하위 20% 제품/서비스를 정리했을 때 생기는 여력을 계산한다
  • 핵심 고객군의 가격 민감도를 다시 테스트해본다
  • 지금 내 정체기가 구조적인지 운영적인지 구분해본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체기인지 하락기인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매출이 같은 수준에서 6개월 이상 유지되면 정체기, 매달 줄어들고 있으면 하락기다. 정체기라면 내부 구조를 점검하는 시간이 있지만, 하락기라면 즉각적인 현금흐름 대응이 먼저다. 하락기에 장기 전략을 짜는 건 집에 불이 났는데 인테리어를 고민하는 것과 같다.

Q. 가격을 올리면 고객이 떠나지 않나요?

일부 고객은 떠난다. 그런데 가격에 민감한 고객은 대개 충성도도 낮다. 가격을 올렸을 때 남는 고객이 진짜 핵심 고객인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가격 인상 전에 기존 고객에게 이유와 가치를 충분히 설명하는 과정이다.

Q. 줄이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줄이는 건 전략적 선택이고 포기는 방향을 잃은 것이다. 수익성 낮은 제품을 정리하면서 핵심에 집중하는 건 전략이다. 둘의 차이는 "무엇에 집중하기 위해 줄이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이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된다.

Q. 정체기가 1년 이상 지속되면 어떻게 봐야 하나요?

1년 이상 정체가 지속된다면 운영적 정체가 아닌 구조적 정체일 가능성이 높다. 내부를 아무리 효율화해도 시장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라면 나이키처럼 자신이 이길 수 있는 다른 링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이 경우 회계사나 경영 자문을 통해 재무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진단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가 없으면 안 돼"라는 착각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정체기를 돌파하려면 대표 본인의 역할 전환이 먼저인 경우가 많다.

레고는 다각화를 포기하고 살아났다. 스타벅스는 600개 매장을 닫고 살아났다. 나이키는 지는 싸움을 피하고 살아났다. 정체기의 답은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잘, 그리고 때로는 더 적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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